감동적이다
넷플릭스를 간만에 결제한 후로 새로 올라오거나 예전에 보다 말았던 드라마들을 하나둘 들쑤셔 보던 중, 넷플릭스 드라마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들었다는 얼터드 카본 시즌1을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미래 SF 하드보일드 어쩌구저쩌구 쏼라쏼라라는 장르에 끌려 봤는데, 보다 보니 윌 윤 리 씨도 나오고 에이전트 오브 쉴드에서 스카이 엄마로 나왔던 인상적인 여인도 나오고 해서 "헐? 이거 볼만하네?" 싶어서 계속 보던 중...
...스포일러가 되지만 난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사람이니 과감히 적자면, 이 이야기의 숨겨진 배후인물이자 흑막이자 라스보스인 레일린 카와하라가 내가 지금껏 봐온 그 어떤 얀데레보다도 화끈한 여동생 얀데레임을 알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다. (아니 뭐 눈물까지야.)
그러니까 이러쿵저러쿵 한 끔찍한 범죄들의 배후인물이 바로 내 사랑해 마지않는 여동생이었는데, 그 여동생이 이 모든 끔찍한 짓을 벌인 이유가 "오빠랑 나랑 단 둘이 알콩달콩 살기 위하여"라는 귀여운 고백을 듣고 나니 이거야 원, 이게 드라마나 소설이라서 그렇지 현실에서 이런 고백 받으면 "에라 모르겠다, 그래 다 집어치우고 너랑 살리!" 뭐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을... 않겠구나. 제정신이라면 --;
암튼지간에, 레일린 역의 배우분은 에오쉴에서도 그렇고, THE 100에서도 그렇고 그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드라마에서 그 생각이 약간 바뀌었다.
얀데레 여동생 역할에 딱인데?
러시아인 아빠랑 일본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혼혈 남매 타케시와 레일린은
어릴 적부터 가정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에게 고통을 겪고 살았는데,
기어코 어머니를 때려죽이고 시체도 못 찾게 유기해버린 것을 안 오빠는
여동생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노라고 굳게 맹세한 끝에 결국 아빠를 죽이고 마는데...
아니 근데, 힘없어서 아빠에게 맞아죽었다는 엄마의 대사가 사진의 저것인데
아무리 그래도 자식들에게 할 소리는 아니지 않나 싶기도 하고...
남편에게 고통받는 만큼 자식들에게 비뚤어진 애정을 갖게 된 건가 궁금하지만
원작 소설을 안 봐서 모르겠군.
여동생이 야쿠자집단에게 끌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챙긴 유일한 가족 사진
...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엄마는 필요 없고 오빠가 찍힌 사진이라 챙겼던 거였음. 헐.
엄마를 깊이 사랑했던 오빠인 만큼 가녀리고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여동생이
사실 엄마를 경멸했었음을 알았을 때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그럼 아빠가 엄마를 때려 죽이고 시체를 유기했을 때 여동생은 아무렇지도 않았던 걸까.
엄마의 대사를 따라하는 여동생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혹시 엄마도 정상인은 아니었던 것 아닐까 싶은 의심이 드는데 이런 내가 비정상인가효 --;
결국 남매의 비극은 동생의 죽음으로 막을 내렸지만...
시즌2 제작이 결정되고 주연 배우가 마블의 팔콘으로 유명한 안소니 마키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걸 보면, 그리고 생전에 퀠이 타케시에게 들려줬던 소작농 소년과 공주의 이야기로 미뤄보건대 아마도 시즌2는 어딘가에 레이가 숨겨뒀다는 퀠의 저장소를 찾아 떠나는 타케시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근데 퀠의 육체는 사라졌는데 그럼 퀠 역의 배우도 바뀌려나. 그럴려나. 나름 매력적이었는데...
암튼 얼터드 카본은 매력적인 스토리에 매력적인 배우들도 잔뜩 나왔지만 마지막판의 충격이 워낙 커서 당분간은 오빠를 사랑한 얀데레 여동생의 이야기로 기억될 것 같다. 크하하 ;;